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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수빈

개인의 이야기

by 액션수빈 2021. 3. 22.

목포에서 출퇴근이 있는 삶을 산지 두 달이 됐어. 하루 전체 시간 중 1/3, 깨어있는 시간 중 거의 1/2을 직장에서 보내다 보니 직장 밖에서의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져. 그래서인지 회사를 가기 전과 후의 시간을 잘 쓰고 싶어해. 오늘 오전에 새삼 또 깨달았지. 오늘은 오후 1시 출근이라 여유가 좀 있었는데 오전 시간을 뭔가로 자꾸 채우려는 나를 발견했어. 계획보다 늦게 시작된 하루에 마음이 조급했던 것도 있었나봐. 오늘 오전에는 책 읽고 운동을 하고 싶은데 러닝은 그닥 하고 싶지 않아서 등산을 갔다가 집에 와서 밥을 먹었어. 밥을 먹는 순간까지 빈틈을 허용하기 싫었는지 왓챠에서 영어든 지식 쌓기에 도움될만한 영상을 찾고 있더라고 ㅋㅋ 결국 노팅힐 15분 가량 보고 회사까지 조금은 바쁜 마음으로 출근했어. 뭔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어. 조급한 마음이 있었으니까. 조금은 틈을 허용해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

1시에 출근하고 이런 저런 업무를 본 뒤, 7시에 칼처럼 퇴근했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항상 고민하는 지점이 있어.

"어디에서 남은 시간을 보낼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집에 갔다가, 왠지 오늘만큼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밖에 다시 나가기로 했어. 그렇게 어슬렁 거리다가 결국 내 발길이 닿은 곳은 '한마을 떡집'이야. 수많은 고민 끝에 돈을 소비할 장소를 가는 나로썬 이곳에 꽤나 여럿 방문했어. 어디 갈지를 고를 때 내가 그곳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 분위기, 맛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데 내가 한마을 떡집을 가는 이유중 하나는 인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야. 그곳은 80이 넘으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떡을 직접 만들고 운영하시는 곳인데 목포 원도심 투어 때 할머니의 스토리를 듣고난 후 심리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거 같아. 할머니가 젊었을 때 어떻게 사셨는지, 지금은 어떻게 이 가게를 운영하고 계시는지 등의 스토리를  정말 흥미진진하게 들었던 기억이 나. 사실 이전까지는 그렇게 차고 넘치는 가게 사람들의 생애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동시에 또 생각하게 된 건 정말 한 명 한 명이 살아있는 역사구나. 개인의 스토리가 가진 힘이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 그렇게 투어를 듣고난 뒤 개인의 스토리를 아는 장소에 더 정을 붙이고 가게되더라고. 

한마을 떡집은 내가 그렇게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BGM도 없고(아예 무음), 녹차라떼도 없지만 나를 이끄는 힘이 분명 있어. 그곳에서 떡 하나 시켜놓고 내 할 일을 하면 참 고요하니 좋아. 오늘은 깜빡하고 이어폰을 두고와서 그 무음 속에서 책을 읽었는데,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더라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따님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걸 처음 들었는데 이어폰 꼈으면 못 들었을 거잖아 ~ 그래서 한편으로 참 다행이라 생각했어. 항상 이어폰을 꽂고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는 거에 익숙한 사람인데 나를 조금 다른 상황에 놓으니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더라고. 가끔은 내 귀와 시선을 다른 방향에 기울이면 좋을 거 같아. 

이 글을 쓰는 시점은 한마을 떡집을 다녀온지 2일이 지난 후지만, 이 소재를 갖고 오게 된 건 개개인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싶은 맘이 있어서 그런 거 같아. 내 관심의 총량은 정해져 있고 그 중 대부분은 여전히 '나'를 향해 있지만, 이 관심이 점점 주변을 향해가고 내 관심의 총량도 커져 갔으면 좋겠어. 너는 어때? 개인의 삶 속 이야기에 관심을 많이 두는 편이야?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지 궁금하네. 또 너가 어느 공간을 찾을 때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고. 공유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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