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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수빈

시간

by 액션수빈 2021. 2. 7.

이번 한주는 좀 피곤하다 싶었다. 금요일날 퇴근하고 저녁약속 장소로 향하는데 "아... 피곤하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그래도 영어학원에서 일할 때는 매일매일 내뱉던 말을 여기에서는 금요일이 되어서야 하게되니 업무 환경은 만족스럽다. 페이는 제외. 오전 10시부터 오후 5,6시까지 일을하면 내 시간은 오전과 저녁시간만 남는다. 이 시간에는 주로 BE YOURSELF 과제, 아루나루 프로그램으로 하는 아침에 말씀 읽기, 아침 러닝, 줌 독서, 줌 환경 모임 등의 활동을 한다. 그렇다보니 아침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핸드폰과 노트북은 내 손을 떠날 줄 모른다. 

 

나 혼자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지만 혼자는 아니다. 온라인상으로 여러 사람들과 연결되어있다. 내 시간은 한정적인데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을 앞에 나열한 것에만 쓸 수는 또 없다. 새로 이사온 쉐어하우스 사람들과의 대화, 이전에 같이 산 샐리, 윤슬과의 만남, 그 외 목포 인연들과 또 만나고 좋은 시간을 보내려면 시간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한다.

 

이번 주에는 그 철저함이 조금 부족했다. 내가 필요해서 벌인 일도 잘 하고 싶고, 사람들과도 교류하고 싶은 마음에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것이다. 원래의 나라면 나 제쳐두고 내가 벌인 일, 내가 주도하는 모임에 관련된 일을 먼저 처리하려고 했겠으나 지금의 나는 선택의 우선순위를 '현재'에 더 집중하는 듯하다.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 그들과의 순간을 말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목포에서 함께한 이들의 영향이 크다.

 

현재 함께 사는 송미님과 짧게 대화를 나눴다. 다큐 '다행이네요'를 찍은 영화감독 송미님과 몇 번 부딪히면서 궁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대화의 기회는 갖지 못했던 참이었다. 송미님은 공용 식탁에 자연스레 착석해 나와 빵을 나눠 먹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몸을 돌리고 질문을 던졌다. "수빈씨는 윤슬,샐리랑 살면서 어땠어요?", "수빈씨 크리스천이에요?", "수빈씨는 어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랑을 받고 싶어요?" 송미님의 대화가 너무 흥미로워서 베이커리가 닫기 전 케이크를 사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도중에 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를 이해해주고, 내 삶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는데 나는 그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못했었다. 내 할 일을 하느라고.  

 

나의 발전과 성장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일이 나에겐 참 자연스럽다. 또 그런 시간 갖기를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송미님이 대화하며 내게 말했던 것 처럼 그렇게 선을 두르고 그 안에 있는 것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면 훨씬 즐거울 수 있는 사건이나 사람이 내 곁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할 수 있는 것 같다. 송미님이 그 전에도 공용식탁에 앉았는데 내가 내 할 일을 하느라 말을 붙이지 못한 것 처럼. 

 

요즘에 참 이런 저런 일을 하느라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그만큼 어디에 시간을 쓸지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노트북 앞에 앉아 하는 일의 대부분이 결국 '사랑을 삶으로 보여주자'는 것인데 이런 메시지를 듣는 것의 비율은 점차 줄이고 행동하는 비율을 늘려나가고 싶다. 지금 당장만 해도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은 이들이 참 많다. 3개월 동안 부모님처럼 챙겨주신 게하 이모와 삼촌, 새 집으로 옮길 때 눈물이 주륵주륵 나올만큼 감동적인 글을 써준 윤슬과 샐리, 아낌없이 자신이 가진 걸 나눠주고 맛있는 것도 만들어주는 뚜, 달수, 츤츤. 세심한 관심과 사랑으로 사려깊은 선물을 준 진아. 이 외에도 너무나 많은 이들에게서 사랑을 받은 나는 언제 내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한다. 사람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에 관심을 쏟고 기억한다는데 지금의 내 관심은 나 자신과 이들에게 닿아있다.

 

그리고 그 관심의 크기가 '나'에서 다른 이들로 점차 옮겨가는 중이다. 이전 글에서 규리가 댓글로 달아준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사랑을 주고 싶을 때, 그 때를 놓치지 말고 주라'고 한 말. 난 그 때가 몇 번이고 계속 왔는데 내 것을 챙기느라 계속 놓쳐온 것 같다. 시간이 부족하다 말 하지만 사실은 다른 이에게 쓸 시간은 내지 않는다는 게 솔직한 말 아닐까?

 

지금 이렇게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간의 가치와 그 시간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를 깨달아서 다행이다. 언제까지나 나만 알고, 나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려고 했다면 주변 사람들은 떠나갔을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고 혼자서 잘 살 수 있다고 해도 이건 지금의 생각일 뿐이다. 나는 알게됐다. 앞으로 인생을 경험하다보면 혼자있을 때 정말 힘들고 외로운 순간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예전과 지금의 나는 혼자서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주변에 관심을 덜 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혼자서 충분히 살지 못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경험을 해서가 아닌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졌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생각해보는 게 가능했다. 

 

그저 '김수빈이니까' '마이웨이니까' 라는 말로는 인생을 온전히 품고 즐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조금씩 변할 수 있고 변하고 싶다. 유한한 시간 속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내 시간을 쏟아야하는지를 배워간다. 


송미 감독님과 뮤비 촬영중
모든 순간이 소중해
내 웃음 어색하대
너가 꼭 왔으면 하는 소울 푸드 집ㅅ씨에서 셰프 세영님과, 목포 환경운동연합 간사인 진아님과 목포 친구들. 세영님과는 같이 살아.
위 식당에서 잠시 맡아준 구름이. 시바견. 순둥순둥 교육 넘 잘 받음.
줌 독서를 핑계로 사진찍기
여기도 셋이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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