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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수빈

나눌줄 아는 마음

by 액션수빈 2021. 1. 23.

사랑이 많고 적음은 상대적이라 측량할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사랑이 많은 사람이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마음은 내가 박애주의자여서가 아니라 거저 받은 것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의 감정을 경험하면서 커져갔다. 나는 목포에서 물질적이것, 비물질적인 것을 포함해 참 많은 것을 받았다.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사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 지인들과의 식사자리에 초대해주는 사람, 집으로 초대해 집에 있는 식재료를 탈탈 털어 대접해주는 사람, 먼저 다가와 인사하고 이야기해주는 사람 등. 작은 마을인 목포의 원도심에서만 이 많은 사랑을 짧은 기간 안에 받다보니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다. 

'아니... 사람들이 이렇게 따뜻하다고?'

목포에 오기 전까지 스스로 잘 주는 편에 속한다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이곳에서 와장창 깨져버렸다.  받고 받고, 또 받으면서 난 너무 좋고 감사했다. 그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보통 주는 기쁨이 더 크다고 하지 않던가? 난 그 기분을 별로 느껴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주는 건 대부분이 비물질적인 영역에 속한다. 심지어 준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것들이라 그 보람, 행복한 기분을 잘 인지하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난 왜 물질적인 건 잘 나누지 못하는가?

물질적인 건 상대에 대한 마음과 돈에대한 관념 및 상태를 포괄하는 것 같다. 나는 저 두 요소에서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상대에 대한 마음이 크지 않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으면 '나를 이렇게나 생각해주다니 (난 당신을 그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하는 마음이 들곤한다. 그래서 고마운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드나보다. 나는 사람을 대할 때 딱 친절하고 그 사람의 기분을 고려하며 궁금한 걸 묻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듯 하다. 선물을 주는 건 뭐랄까... 우리가 친하다는 걸 보여주는 수단이자 친해지고 싶다는 소망의 수단 정도?  내 관계망에서는 그 선물 zone에 들어와있지 않은 이들로부터 물질적인 대접을 받으면 그래서 그렇게 깜짝 놀라는 동시에 감동을 받나보다. 전혀 예상치못한 이들로부터 선물을 받을 때 ! 

두 번째로 돈에 대한 관념 역시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것 같다. 상황에 따라 나를 위해 거한 소비를 하기도 하고, 반대로 상대를 위해 계획치 않았던 많은 소비를 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이 즉흥적이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남을 위해 돈을 기꺼이 쓰고 싶은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돈을 중시하고 아끼려는 소비자세는 좋지만 나는 가끔 내가 왜이리 치사한가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돈에 대한 관념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돈을 나만의 언어로 정의하고 그에 따라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돈을 정의해 보자면 '내 삶을 좋은 추억으로 채우는 수단' 정도가 된다.

내 삶을 좋은 추억으로 채우는 건 나 혼자만 이 세상에 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내 가족, 친구, 그리고 그 외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존재만으로 참 중요한데 내가 가진 돈이 그런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또 내 삶에 좋은 추억을 안겨주진 않아도 돈을 흘려보낼 수 있는 마음까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선 받기만 하네', '이렇게 먼저 주다니' 같은 생각을 많이 하는 목포에서 '먼저 주는' 사람을 연습하고 싶다. 물질적인 것도 좋지만, 비물질적인 것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많은 주변의 사람을 통해, 책을 통해, 영화를 통해 결국 내가 얻고 싶은 건 더 넓고 깊은 그릇. 그것이 멋지고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데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 더 그 그릇의 용량이 확장되길 바라며 매순간 선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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