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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수빈

내가 원하는 모임의 형태와 나의 역할

by 액션수빈 2021. 1. 7.

목포에 지내고 있음에도 사람과의 연결은 더 많아졌다. 줌으로 회의를 하고, 원서 모임을 참여하고, 작년 연말에는 친한 친구들과 랜선파티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많이 모이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시간이 참 알찼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당시에는 '아 할 말 없다', '재미없다', '그만하고 싶다' 는 생각이 들다가도 결국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은 채 모임을 마무리 하기도 했다. 

이 찝찝함과 아쉬움을 그냥 내버려 둬야 할까?

나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사람과의 만남, 모임이 넘쳐나는 내 인생에서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의미있고, 보람차고, 재밌게 만들고 싶다. 이렇게 굳건한 다짐을 하게된 배경에는 룸메 윤슬이 추천해준 책,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이 있다. 사실 윤슬이 추천하기 이전에 함께 들은 빌라선샤인(나의 일과 삶을 스스로 기획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 강의에서 한 직원분이 말씀해 주셨다. 내 머릿 속에는 이 책 제목이 전혀 입력되지 않았었는데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 나도 의아하고 윤슬도 의아해 했다. 모임 꾸리기를 좋아한다는 내게 공장공장 대표님께서 이 질문을 왜 하셨는지 이제야 퍼즐이 좀 맞춰진다. 

'빌라선샤인 강의 듣고 뭐가 인상에 남았는지와 이유 말해줄 수 있어요?'

당시 난 '열심히 공부했어요'란 말이 가장 와닿았다고 했는데, 아무쪼록 이제라도 모임을 잘 꾸리는 법에 대한 책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4일 동안 매일 아침을 이 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저자 소개와 들어가는 말, 목차에서부터 내 마음을 완전히 잡아버린 이 책은 매순간 내게 깨달음을 준다.

우리 일상에서 모임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그리고 그 모임을 우리는 얼마나 의미있고, 동기가 되고, 재미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저자의 열정이 나에게 와닿았다.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 동기는 좋은 소스를 많이 얻어서 내 모임에 적용해야겠다 싶은 열의였다. 이 부분은 당연히 충족할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내게 또 큰 가르침을 준 것은 나를 직시하게 해줬다는 점이다. 모임의 운영이 만족스럽지 않고, 매끄럽지 않을 때 그게 내 잘못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여태까지 그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다른 이가 해결해 주길 은연중에 바란 것 같기도 하다. 

저자는 모임의 참여자들이 만족스러운 경험을 가져가게 하기 위해 가끔은 나쁜 경찰, 우스꽝 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사람 등도 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나쁜 경찰의 역할이라 함은 누군가 모임의 목적을 흐리는 말을 계속해서 이어가거나, 모임의 규칙을 따르지 않을 때 정중하고도 단호하게 NO 라는 말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난 모임에서 누군가 시간을 너무 장황하게 쓴다거나 초점을 흐린다고 생각할 때에 나서서 막은 적이 없었다. 

이 부분을 읽기 하루 전날 원서 모임에서 딱 이에 맞는 일이 있었다. 모임이 시작되기 전 원서 모임이 끝난 후 함께 Action Point를 나누면 어떠겠냐 내가 제안했고 원하는 사람들은 zoom 방에 계속 남아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 모임의 목적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보고' '나누는 것'이었는데 한 사람이 상관없는 질문을 계속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여러명이 아닌 코치님에 대한 순수 개인적인 질문들을. 처음엔 금방 끝나려니 싶었으나 해당 모임원은 질문을 끝내지 않았고 나는 슬슬 시간이 낭비되고 다른 이들도 불편함을 느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표정은 (끄덕)(끄덕) 그녀의 이야기를 아주 잘 듣고 있다는 듯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결국 코치님이 해당 모임원분께 정중하고도 단호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 상황을 종결지었다. 

사건 당일 이후 책을 읽고 그때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왜 상황이 불편하고 목적에 맞지 않게 흘러감에도 가만히 있었을까? 답은 정확했다. 남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해서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회주(모임을 이끄는 사람)는 참여원 전체의 경험 만족도를 위해 특정인들에게 받는 미움은 감수해야 한다고. 어쩌면 난 사람들과의 여러 관계 속에서 미움을 받지 않을 '밝은' 표정과 말만 해왔던 것 같다.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개인으로서만 봐도 고치고 싶은 부분인데 내가 모임에 속한 개인, 그것도 회주일 때는 더욱이 고쳐야 할 나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참여자들을 시간 낭비, 지루함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회주는 발언 시간을 제한하고, 모임의 목적과 규칙을 확실히 하고, 그것에 어긋나는 사람에 대해서는 제재를 해야한다. 이제껏 좋은 말만 들으려고 한 과거의 내가 이기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변화를 만들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변화 주동자는 논란의 여지에 오를 수도 있고, 욕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부정적인 반응들도 받아낼 수 있는 회주 역할을 맡고 싶다. 

내가 지금 속해있는 모임과 앞으로 속하게 될 모임에서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기위해 시작한 독서였지만 결국 시선은 나에게도 향하게 됐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참여자보다 회주로서의 역할이 탐나는 만큼 자아 성찰이 필요했다. 나의 부족함을 직시하게 해주는 동시에 발전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책을 접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이전에는 감탄하기만 했던 괜찮아마을의 시스템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내가 그런 시스템을 활용해 더 다양한 모임들을 만들고 싶어졌다. 

1월 18일에 첫 출근할 날을 생각하면 기대도 되지만 내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책을 통해 새로운 안경을 장착하니 자신감이 좀 붙는다. 이래서 공부가 중요한다보다. 모임으로 많이 향해있는 내 시선을 이제 라이프 코칭과 로컬생활, 공간기획에도 두어 더 많은 역량을 쌓고 싶다. 그래서 내가 속한 조직이 나로 인해 더 발전하고 조직에 속한 개개인들도 삶에 기쁨과 감사가 넘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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