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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수빈

내가 너에게 뭘 주면 좋을지가 보여서

by 액션수빈 2021. 6. 22.

요 며칠 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 수요일 저녁을 기점으로 물 흐르듯 관계가 발전됐다. 내 마음을 고백한 게 지지난 주 토요일이니 일주일만에 내가 원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내 마음을 표현한 이후, 그 친구의 마음을 듣기까지 참 많은 대화가 오갔다. 바라고 예상했던대로 그 기간동안 우리는 한층 더 편하고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 친구는 내게 종종 물었다. 

"날 왜 좋아해?"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난 순간의 진심을 담아 이야기 해줬다. 어떤 모습을 보고 언제부터 마음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모습이 왜 좋았는지. 이런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때마다 그 친구는 "와 너 진짜 솔직하다."라며 반응하고는 했다.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법. 곧잘 "나한테 궁금한 거 있어?" 를 서로에게 되묻던 우리의 질문은 아래 질문으로까지 이어졌다. 

"넌 나 왜 만나고 싶어?" 

보고싶으면 보고 싶다고,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싶다고 하는 지금의 관계(연애 전)도 좋지만 더 자유롭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난 신기하게 너한테 뭘 (해)주면 좋을지가 잘 보인다고 했다. 너한테 뭔가 없어서, 부재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 경험, 책, 노래 등 다양하게 내가 말해주면 좋아할 게 예상된다고 해야할까? 혹은 도움이 되거나!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토록 잘 보이는 사람은 처음인 것 같다. 그리고 뭘 주고 채울 수 있어 좋다는 내 답변도 마음에 들었다. 진심이기도 했고.

이 대화를 주고받은 후 며칠 뒤 회사 건물에서 같이 영화를 봤다. 그 친구가 서른 번은 봤다던 위대한 쇼맨을 틀어놓고 우리 둘은 영화도 영화지만 서로에게 더 집중하고 있었다. 이날 기류가 좀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내 앞에서 말을 하다가 마무리 짓지 못하거나 눈을 마주칠 때 하는 반응을 볼 때면 감정에 움직임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날 밤만은 그게 더 확연히 눈에 띄었다. 서로 또 먼저 질문을 던지라며 하는 시간을 갖고, 손병호 게임까지 하고 나서야 이 친구는 요새 자신의 진짜 감정에 대해 살짝 이야기 해줬다. 내가 고백하고 난 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고. 연애세포가 전멸해 있던 이 친구의 세포들이 하나 둘 반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틀 후 금요일 저녁. 원래라면 자연스레 셋이서 밥을 먹는 분위기 였지만 다른 한 명에게 연락을 해 오늘은 그 친구와 둘이 식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웬일인지 오늘 저녁은 꼭 그 친구와 단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양식집에 가서 정말 맛있는 음식들을 안주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전에 물었던 질문이 또 나왔다. 

"넌 내 어떤 점이 좋아?"

또 그 순간의 진심대로 답을 하다가 이런 말을 했다. 난 너가 신경쓰이고 좋다는 감정을 느끼고 나서 줄곧 너의 어떤 점이 좋은지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는 했는데, 거기에는 어떤 점이 있었고 너의 외모 얘기는 사실 거의 나오지도 않았다고. 난 계속 느끼고 갖고 왔던 감정이라 자연스러웠는데 이 말이 그 친구에게는 꽤나 놀라웠던 듯 하다. 옆에서 계속 내가 외모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은 것에 대해 그거 너무 좋다며 중얼 거렸다. 나중에 들어서야 안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과 자신에게 관심을 표현한 사람들은 그의 외모를 우선에 두고 다가갔던 것 같다. 물론 이 친구 잘 생겼다. 그런데 그가 갖고있는 내면의 빛남이 외면의 빛남을 뛰어넘는 건 확실하다. 그러니 내가 그의 이야기를 할 때면 가치, 꿈, 성실, 실행력 등의 말을 많이 쓰는 거겠지. 

이날 저녁을 다 먹고 난 후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 왜인지 그의 결론을 듣고 싶은 밤이었다. 내가 사귀자고 고백한 건 아니었지만 사귈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실하게 듣고 싶은 날. 짐짓 한 두시간은 대화를 하며 그 친구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모난점들도 이야기 해줬다. 이러저러한 자신의 모습이 힘들 수도 있다고. 그렇게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에 있어 신중하고 자신의 모습을 파악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그리고 결국 그가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 

"나 한 번 만나볼래요?"

"좋아!"

그렇게 6월 19일 12:55AM 김수빈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오늘이 3일차인데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좋고 한 마디로 미치겠다. 내 연애 감정을 처음 글로 풀어본다. 규리와 이 감정을 조금은 공유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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