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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수빈

감사

by 액션수빈 2021. 3. 7.

하루하루가 감사와 사랑으로 이뤄지다 보니 매일이 금방 흘러간다. 고마워하고 감탄하면 그렇게 하루가 지난다. 벌써 3월이라는 게 새삼 놀랍다. 이래서 매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구나 싶기도 하다. 혼자 대부분의 시간을 평온하게 보내던 파주에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계속 사람을 만나면서 평온하지는 않더라도 더 강력한 기쁨과 감사를 맛보게 된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이 세상을 신기하고 새롭게 바라보듯 요즘의 나도 갓난아기처럼 베풂과 관심을 경험 중이다.

매일 밤 그 경험을 기록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거 같아 아쉽기도 하다. 순간순간 사진으로는 남기지만 그렇게도 남기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 경험들을 사진과 글로 남기지 않더라도 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나 역시 그런 경험을 누군가에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러한 요즘 내 상태를 같이 사는 송미에게 이야기하니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 했다. 나 중심이던 시선을 주변으로 돌릴 때, 그리고 그들에게 어떻게 나눌지 고민할 때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말에 공감했다. 내가 가진 걸 아낌없이 나누고 기쁘게 받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지금 내 주변에는 가진 걸 아낌없이 나눠주는 이들이 많다. 시간을 내어 내 이야기에 집중해주고,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파이를 나눠주고, 서비스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이들. 그들에게 무언가를 받을 때마다 나는 어떤 걸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고마움의 표시는 연신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걸 매번 느낀다. 나는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받고 나서 주든, 먼저 주든, 어떻게든 나누기 위해서라도 내가 가진 게 있어야 한다. 아직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지만 이곳에서 그 훈련을 하고 있다. 조금 더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이곳에서 교류하는 사람들을 통해 받은 것 중 특히 감사한 게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길을 걸을 때 꽃의 이름을 부르며 그 변화를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며 꽃의 이름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연 속에서 좋은 날씨를 한없이 기뻐하고 까르르 웃으며 흙을 밟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통해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이 넓어졌다. 더 좋아할 게 많아졌고,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걸 또 새삼 여럿 느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어서 참 감사하다. 나도 매번 새로운 것만 좇기보다 내 주변의 사소한 변화를 캐치할 수 있는 섬세한 사람이고 싶다. 

 

쉐어하우스에서 늘 내 이야기에 경청해주고 자신의 지혜를 나눠주는 송미의 인스타그램. 사진은 내가 유서를 읽는 모습.
영화 감독인 송미가 뜬금 추천해준 영화. 수빈이 보면 좋을 것 같다며 ... 내용을 찾아보니 '일상이 시가되고 시도 일상이 될 수 있는' 걸 보여주는 영화같다. 매일 반복되는 삶에서 루틴을 지키려고 하는 내 모습을 보고 그것의 가치를 상기?시켜주고 싶어 추천한 게 아닐까 싶음. 그 루틴에서 변화를 알아차리도록.
여수 여행갔을 때 달수가 해준 얼굴팩. 이때 너무 아파서 죽는 줄 알았는데 상태 좀 괜찮아 졌을 때 이렇게 팩을 해줬다. 누가 이런 팩을 해준 게 처음이라 난 너무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느꼈다. 나도 이거 사람들한테 해줘보고 싶다. 팩 사야징! 받을 때 너무너무 좋았음!
베이킹을 좋아하는 예림이 어느날 이걸 만들어왔다. 정성스럽게 만든 파이인데 이렇게 다 나눠주다니... 맛있는 걸 나누고 먹게해줄 수 있어 기쁘다는 예림. 이 친구와 있어도 나눔의 기쁨을 많이 배운다.
예림이 내 손톱을 갈고 메니큐어도 발라줬다. 나라면 친구 손톱을 갈아주기 위해 시간을 내지 않았을텐데 이 친구는 먼저, 기꺼이 내줬다. 그게 참 놀랍고 고마웠다. 사랑받고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태어나서 생화를 두 번 받은 거로 기억하는데 두 번 다 목포에서 받았다. 민지가 목포에 놀러오면서 취업 축하 선물이라며 건넸다. 프리지아. 향이 너무 좋아서 계속 맡게 된다. 꽃에 별 관심 없었는데 요즘에는 조금씩 좋아진다.
생일선물 직접 주고 싶다며 한 달 앞당겨 민지가 줬다. 그냥 에센스가 아니라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비건 에센스! 이전에 내가 한창 비건에 관심 있었던 걸 기억하고 이 선물을 해준 민지가 고맙다. 매번 상기해준다. '아 맞다. 나 그 문제의식 갖고 있었지.'
최소한끼 셰프 샐리가 그냥 내준 생강라떼. 생강 맛이 강하지도 않고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그냥 이렇게 서비스를 내준 거에 또 얼마나 고맙던지 ! 나중에 맛있는 호떡 만들어서 가져다 줘야지! 
주말에 '빛살'에 도자기 만들러 갔는데 함께 간 목포 환경운동연합 분들이 쑥이랑 찹쌀로 맛있는 걸 내주셨다. 또 엄청 받기만 하고 돌아왔다. 규리 목포 오면 여기 꼭 델꼬 가야지.
네팔에서 깨끗한 네팔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있는 친구. 이전에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공유한 적이 있는데 최근에 주고 받은 디엠에서 그걸 또 상기시켜줬다. 마음과 건강을 교육해주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고! 한동안 이걸 잊고 산 거 같아 잊고싶지 않아서 캡처해뒀다. 긍정적인 친구가 함께 있어준다고 하니 든든하다! 
목요일마다 듣는 코칭 그룹톡방. 나는 이들의 메시지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데 이들은 꼭 이렇게 정성스러운 반응을 해준다. 어쩜 이렇게들 사랑이 많은지... 나보다 훨씬 바쁜 분들인데 이렇게 함께 하는 이들을 관심있게 봐줘서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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