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감사와 사랑으로 이뤄지다 보니 매일이 금방 흘러간다. 고마워하고 감탄하면 그렇게 하루가 지난다. 벌써 3월이라는 게 새삼 놀랍다. 이래서 매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구나 싶기도 하다. 혼자 대부분의 시간을 평온하게 보내던 파주에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계속 사람을 만나면서 평온하지는 않더라도 더 강력한 기쁨과 감사를 맛보게 된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이 세상을 신기하고 새롭게 바라보듯 요즘의 나도 갓난아기처럼 베풂과 관심을 경험 중이다.
매일 밤 그 경험을 기록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거 같아 아쉽기도 하다. 순간순간 사진으로는 남기지만 그렇게도 남기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 경험들을 사진과 글로 남기지 않더라도 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나 역시 그런 경험을 누군가에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러한 요즘 내 상태를 같이 사는 송미에게 이야기하니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 했다. 나 중심이던 시선을 주변으로 돌릴 때, 그리고 그들에게 어떻게 나눌지 고민할 때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말에 공감했다. 내가 가진 걸 아낌없이 나누고 기쁘게 받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지금 내 주변에는 가진 걸 아낌없이 나눠주는 이들이 많다. 시간을 내어 내 이야기에 집중해주고,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파이를 나눠주고, 서비스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이들. 그들에게 무언가를 받을 때마다 나는 어떤 걸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고마움의 표시는 연신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걸 매번 느낀다. 나는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받고 나서 주든, 먼저 주든, 어떻게든 나누기 위해서라도 내가 가진 게 있어야 한다. 아직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지만 이곳에서 그 훈련을 하고 있다. 조금 더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이곳에서 교류하는 사람들을 통해 받은 것 중 특히 감사한 게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길을 걸을 때 꽃의 이름을 부르며 그 변화를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며 꽃의 이름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연 속에서 좋은 날씨를 한없이 기뻐하고 까르르 웃으며 흙을 밟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통해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이 넓어졌다. 더 좋아할 게 많아졌고,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걸 또 새삼 여럿 느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어서 참 감사하다. 나도 매번 새로운 것만 좇기보다 내 주변의 사소한 변화를 캐치할 수 있는 섬세한 사람이고 싶다.